(칼럼)"스타벅스 가야지"

양행옥 | 기사입력 2026/06/30 [15:10]

(칼럼)"스타벅스 가야지"

양행옥 | 입력 : 2026/06/30 [15:10]

전국 고교야구대회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키우는 무대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기량을 겨루고, 스포츠맨십과 인성을 함께 배우는 교육의 현장이다.

 

그런데 그 신성한 운동장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선수들이 경기 중 상대인 광주일고를 향해 "탱크데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조롱성 구호를 외쳤다.

 

이 발언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과 맞물려 광주와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학생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보고 싶지 않다. 학생은 배운 만큼 행동한다. 운동장에서 나오는 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의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지도 속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더욱 묻고 싶다. 감독은 무엇을 했는가. 코치진은 무엇을 가르쳤는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상대를 향해 그런 구호를 외칠 정도였다면, 지도자들은 과연 그 순간 어디에 있었는가. 승패에만 몰두한 나머지 스포츠맨십과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감독과 코치는 단순히 야구 기술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선수의 인격과 가치관을 함께 길러내는 교육자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는 선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도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승부욕이 강해도 해서는 안 될 응원이 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응원은 스포츠다. 상대를 비하하고 역사적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조롱은 폭력이다. 승리는 잠시지만, 말은 오래 남는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다.

 

그 역사 앞에서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씻기 어려운 상처가 된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교육의 실패이고, 알면서도 외쳤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건은 배재고 한 학교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국의 모든 학교 운동부가 이번 일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성적보다 인성이 먼저이고, 우승보다 품격이 먼저라는 사실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역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징계가 목적이 아니라, 같은 일이 다시는 운동장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책임이다. 운동장은 아이들의 미래를 키우는 곳이지, 혐오와 조롱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야구는 상대를 이기는 경기이지만, 사람을 모욕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 경기의 해프닝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학교체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있으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사회 전체가 자문해야 할 때다.

 

교육이 무너지면 운동도 무너진다. 배트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인성이며, 승부욕보다 먼저 심어줘야 할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이다. 그것이 진정한 스포츠이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교육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 교육은 제2, 제3의 '탱크데이', '스타벅스 가야지'와 같은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결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회장 양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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