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공권력을 세워야 한다.
이병주 | 입력 : 2024/08/26 [19:16]
요즘 경찰관들을 보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공권력이 무너져도 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결국 공권력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다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리는 만취자의 뺨을 여러 차례 때려 해임된 경찰관이 소청 심사를 통해 복직한다는 소식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인사혁신처 산하 소청심사위원회가 지난 22일 독직폭행 혐의로 해임 처분된 전 관악경찰서 소속 경위 A씨의 소청 심사를 열고 징계를 정직 3개월로 감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조만간 경찰에 복직할 예정이다.
다시 A 경위로 돌아노는데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새벽 1시 30분께 만취해 난동을 부려 체포된 20대 남성 B씨를 지구대에서 독직폭행 한 혐의로 지난 5월 해임됐다.
독직폭행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당시 B씨는 술에 취해 70대 택시 기사에게 행패를 부려 체포됐고, 지구대에서도 "무식해서 경찰 한다"며 근무 중인 경찰관을 조롱하고 여경을 성희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당시 B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뺨을 8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B씨는 119에 "경찰에게 맞았다"라며 신고했다. 이후 A씨는 남성을 찾아가 사과하고 합의금 500만 원을 건넸지만, 관악경찰서는 지난 5월 A씨를 직위에서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5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독직폭행 혐의로 감찰에 넘겨진 A 경위의 해임 처분을 결정했다. 징계 사유로 독직폭행·복종 의무위반 등을 들었다. 어쩌면 A 경위를 보호해야 할 경찰조직이 오히려 그 반대 입장에 선 것이다.
분명 B씨의 뺨을 때린 것은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공권력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발언까지 참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공권력까지 보호받지 못한다면 과연 경찰관들이 국민들을 위해 과감하게 나서고 보호해 줄 수 있는지에 의문이 든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일주일 사이 일선 경찰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명이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관련 통계 경찰은 매달 1.9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전체 경찰관 10명 중 2명이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경찰 내부 조사 결과까지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125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 경찰관(76명)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경찰관들은 과감하게 척결해야 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나머지 경찰관들은 보호해 줘야 할 시기이다./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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