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황당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자료 내용은 지난 2019년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 서구 주민 8,609명이 단체로 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6건)이 모두 종결됐다는 내용이다.

시에 따르면 시는 원고들이 제기한 소송 중 5건은 올해 2월과 7월에 시 승소로 종결됐으며, 남은 소송 역시 원고가 상고를 포기해 8월 7일 자로 최종 승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원고들은 수계 전환으로 인해 수돗물 수질 기준을 위반한 물이 공급됐고, 적수사고의 장기화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장하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및 제5조 제1항(공공시설의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하며, 단수 방지를 위한 수계 전환은 공익성이 크고 불가피하며, 적수사고의 위험은 수도시설 특성상 불가피하게 존재하므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무원들의 대응조치가 민사상 불법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직무집행이나 고의, 과실이 없다고 봤다. 배수관의 노후화 등 수도시설을 항상 최적 상태로 유지·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시는 지난 2019년 당시 '붉은 수돗물'로 인천지역은 물론 전국이 떠들썩했다. 이에 시는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한동안 소동이 일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다. 시민들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고충을 겪었다.

결국 서구 주민들이 '붉은 수돗물'에 대해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시가 최종 승소를 했지만 불명예스러운 승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시는 수돗물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그런데 시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했으면 그냥 승소했다고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고 끝나면 더 좋았을 것을, 시는 굳이 보도자료까지 배포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무슨 자랑거리도 아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승소했다고 자랑질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는 자숙하고 조용하게 마무리하기를 바란다./김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