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오후 송죽동행정복지센터 수원새빛돌봄 담당자가 수원새빛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인 A+굿모닝전문요양센터 김창미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부터 새빛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긴급한 사례가 있다"며 새빛돌보미 지원을 의뢰했다.
김창미 원장은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 김용자 씨(71)에게 도움을 청했고, 김 씨는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가 하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15살과 12살 형제가 있는 집이었다. 형은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돼 외할머니가 돌봐주고 있었는데, 매일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김용자 씨는 주말인 3월 23일부터 3주 동안 주말마다 형제의 집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봤다. 큰 아이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고, 둘째 아이는 사람을 무척 경계했다. 입버릇처럼 욕설을 하던 둘째에게는 "나쁜 말을 하고 싶을 때마다 예쁜 말을 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예쁜 말을 자꾸 해 봐라"고 다독였다.
김 씨는 아이들을 손주를 대하듯이 따뜻하게 보듬어 줬고,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경계심이 심했던 둘째도 김 씨가 가면 반갑게 맞아줬다.
지난 4월 8일 또 한 번 김 씨에게 의뢰가 왔다. "사흘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밤에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이번에도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가 하겠다"고 답했다.
4월 9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밤에 아이들 집으로 가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까지 돌봐줬다. 큰 아이는 "할머니 옆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할 정도로 김 씨를 좋아했다. 송죽동행정복지센터 새빛돌봄 담당 직원과 경찰은 큰 아이의 등하교를 도왔다.
아이들의 엄마가 퇴원하면서 새빛돌봄은 마무리됐지만, 김 씨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 주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도와 바나나를 사 들고, 집을 찾아가 엄마와 아이들을 만났고, 엄마에게 "아이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씨는 "새빛돌봄 대상자 집에 가서 잠을 자는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걱정돼서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내 나이 되면 무서울 게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벌써 10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직장인 'A+굿모닝전문요양센터'가 새빛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새빛돌보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김창미 A+굿모닝전문요양센터 원장은 "김용자 선생님은 대상자가 누구든 가리지 않으시고, 부탁을 드리면 기쁘게 수락하신다"며 "대상자를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주셔서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면서 주변에 어렵게 사는 이웃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대상자들도 나를 믿고 진심으로 대해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늘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누구한테나 환하게 웃으며 살갑게 다가가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준다. 얼마 전부터 웃음치료사 공부도 하고 있다.
특히 "새빛돌봄은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예요. 갑작스럽게 위기에 놓인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돼요. 다만 지속해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들이 많은데, 새빛돌봄 기간이 끝나면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돼요.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속해서 그들을 보살펴주는 체계가 있었으면 해요"
김 씨는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새빛돌보미로 일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금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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