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꿈을 키우는 큰 나무, 포천시 이동면 청소년 공부방 지킴이 '김정진 교사'

이영관 | 기사입력 2018/09/06 [14:36]

(포커스)꿈을 키우는 큰 나무, 포천시 이동면 청소년 공부방 지킴이 '김정진 교사'

이영관 | 입력 : 2018/09/06 [14:36]

포천시 제공


‘나무가 커야 그림자도 크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그가 미치는 영향이나 혜택도 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포천 이동 작은 농촌 마을 어린이들에게 무려 36년간 꾸준히 큰 나무가 되어 주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미담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포천시 이동면 이동초등학교의 김정진 교사.

 
그는 1979년 초등학교 교사로서 교편을 잡게 된 후로부터 지금까지의 36년 중 30년을 모교인 이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6~7년마다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는 일반교사들의 이력과 사뭇 다른 그의 행보에는 이동 청소년 공부방이 있다.

 

1982년 모교인 포천 이동 초등학교로 전근을 온 지 2년이 되던 해였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아이들이 편히 모여 공부하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마을회관을 빌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

 
아이들은 평일 뿐 아니라 토·일요일에도 공부방에 나왔다. 현재는 주 5일 운영되고 있지만 이동 청소년 공부방은 2010년까지 근 30여 년 동안 주 7일, 설과 추석 당일을 제외한 363일 내내 문을 열었다.

 

“때로 몸이 아프거나 바쁜 일정으로 힘든 순간이 있긴 했습니다. 가족, 특히 아내에게 미안했지요. 그렇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했어요”라고 김 교사는 말했다.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매일 밤 11시까지 공부방을 지켰다. 이를 위해 그는 타 지역으로의 전근도 거절했다.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큰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그는 각종 체험활동을 시도했다.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해 주고 싶었다.

 

 

작은 운동회부터 남도 역사 문화기행, 갯벌체험 등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더하고 빼기를 반복해, 현재 열 개가 넘는 문화·체육·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이동면 어린이 큰잔치(매년 5월 5일)는 이동지역을 넘어 일동면, 화현면까지 아우르는, 지역 대표 어린이 축제가 됐다.

 

무보수로 해왔던 일이었으나 92년부터는 국가로부터 청소년 공부방 운영 수당이 나왔다. 공부방 일에 대한 수당이었으나 그는 그 돈을 더욱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장학회 설립. 시작은 크지 않았으나 점차 뜻을 같이해 주는 지역주민들도 늘어나 지금까지 15명의 학생들을 도울 수 있었다.

 
그가 세운 이동면 장학회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이미 다른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이어도 제한하지 않는다. 제출서류도 합격증과 교납금 고지서가 전부다. 장학금 수여식을 열거나 사진촬영을 하는 등 거창한 행사도 없다. 그는 “우리 장학금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아르바이트 덜하면서 공부하라고 주는 장학금이기 때문”이라며 미소 지었다.

 

장학회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현재 의사가 된 아이도, 교사가 된 아이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장학금을 40년간 상환하는 방식으로 장학회의 2세대 후원자가 되어 장학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면 방과 후 공부방은 그에게 있어 ‘삶’ 그 자체다. 자신의 삶인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요새 아이들은 너무 현실적이지요. ‘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이나 꿈 대신에 ‘해 봤자 안 될 테니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종종 교육 현장에서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는 김 교사는 공부방 프로그램에 배구교실(주 2회)을 넣었다. 스포츠를 통해,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이들이 찾도록 돕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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